노들섬, 한강 위에 방치되어 있던 무인도의 재탄생
아무도 드나들지 않던 한강대교 아래 무인 섬. 그 곳은 수풀이 수북수북, 정리되어 있지 않은 날 것의 땅이었습니다. 그 비싼 서울 땅 위에서 놀던 하나의 섬이 서울시의 손길을 타고 하나의 수상(?) 공원으로 탈바꿈되었고, 그 이후 매번 가야지, 가야지 속으로 다짐만 하고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고, (주말은 사람이 너무 북적인다는 소리에 계속 더 뒤로 미루어두게 된 점도 있습니다.) 심지어 하필 시간이 나면 노들서가가 휴관하는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매 번 간만 보다가 드디어, 그것도 평일의 어느 한가로운 날. 노들서가 방문을 위해 발을 뗐습니다.
깔끔하게 목욕재개한 노들섬
아주 깨끗하고 쾌청한 맑은 날씨에 기분좋은 마음으로 도착. 한강대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공원의 입구가 시작됩니다. 북단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왔는데, 위의 사진처럼 한강대교를 가로지르는 다리도 튼튼하게 잘 연결되어 있었고, 공원 입구에서부터 노들섬의 안내도가 큼지막히 자리잡고 있어서 바로 뭐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이해하기도 쉬웠습니다. 덕분에 가장 오래 머물 생각인 노들서가에 들어가기에 앞서 다른 곳들을 카메라 들고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노들섬이 이렇게나 변했다니!
매번 차량 또는 대중교통으로 오가면서 볼 때는 그냥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삼촌같은 느낌 또는 외롭게 방치된 낯선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던 노들섬이었는데, 너른 잔디밭에 한강을 마주볼 수 있는 계단식 광장까지. 인구밀도 높고 수두룩빽빽히 자리잡은 빌딩 우림지역인 서울에서 조금이나마 이렇게 속 시원한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인 듯 합니다.
수도 속의 섬, 그리고 섬 속의 서점. 노들서가
하나의 광장으로 형성된 계단을 따라 내려와 한강을 마저 감상하고, 바로 노들서가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쪽으로 향합니다. 노들서가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 부분에서도 한 켠의 작은 야외 광장이 자리하고 있었어서 지하처럼 보이는 서점의 1층도 꽤나 개방감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열 체크, 큐알체크를 진행한 후 팔찌를 수령받습니다. 이 팔찌를 두르고 있으면 서점 밖을 나갔다가 재입장 시에 프리패스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그 옛날 롯x월드 같은 놀이공원에 입장할 때 무적팔찌로 쓰이던 자유이용권 종이팔찌를 찬 느낌에 무언가 한 층 더 설레이는 마음으로 서점을 둘러보기 시작.
내부로 들어온 노들서가, 그 1층의 자유롭게 앉아서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넓직하게 먼저 눈에 띕니다. 1층과 2층이 뚫려 높아진 천장에 답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략적인 구조를 살펴본 뒤 각각의 세부 섹션들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생일 블라인드 도서 구매, 그리고 누구나 작가의 서재
노들서가의 시그니처 섹션이라고 볼 수 있는 그 첫 번째, '꿈꾸는별책방'의 생일책 코너.
본인의 생일이 적힌 '??' 책을 블라인드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해당 날짜에 생일인 저자의 책이 한 권 들어있는데, 구매후 개봉하기까지 아무도 어떤 작가의 어떤 책이 들어있는지 모릅니다. 이젠 도서도 럭키박스처럼 구매할 수 있다니, 참 재밌는 요소 같습니다. 이 생일책은 온라인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적혀있습니다.
꿈꾸는별책방 '생일책' 온라인주문
- 1권: 16,800원 / 2권 이상 온라인 주문시 배송료 무료
노들서가의 두 번째 시그니처는, 노들서가를 방문하는 그 누구든, 한 장의 글을 작성해 책을 만들어 서재에 꼽아두거나, 직접 가지고 귀가할 수 있는 섹션. '경계없는 강력한 문학'에 대해 말하는 섹션인데요, 펼쳐져 진열되어 있던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정말 작가라고 해도 손색없을 담백하고 진솔한 문장들의 향연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해당 책은 서점 한 가운데 직접 책을 만들어볼 수 있는 섹션이 따로 자리하고 있어, 그자리에서 글을 작성하고 카운터로 제출하면 원스톱 출판이 성사됩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책과 사람이 조금 더 친근하고 가까워지는 느낌이 드는 듯합니다.
이 외에도
서울 곳곳에 자리잡은 독립서점들의 한 섹션씩 떼온 듯한 개성있는 서재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고, 굿즈를 판매하기도, 음악과 책을 연결하기도 하며 머무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요소들이 가득한 노들서가. 또한 열람용 책들을 들춰보다 보면 모두 맨 앞 장에 이렇게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짧은 소감 피드들이 들어있는 메모지도 매 책마다 자리하고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오면 일상작가의 서재와 또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더 있고, 구매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카페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노을맛집 구경하러 온 노들섬인데..
노을을 멋지게 찍으려고 날씨 좋은 날 타이밍 좋게 놀러온 노들섬. 노을맛집이라 출사도 많이 오는 곳이어서 저 또한 카메라를 들고 왔는데, 노을이 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떠서 노들서가를 들어간 게 문제(?)였습니다. 파리지옥과 같은 노들서가를 한참 정신없이 둘러보다 문득 밖을 보니 벌써 깜깜한 밤이 되어버려 노을 감상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던 하루. 하지만 덕분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번엔 스치듯 훑어본 건너편 건물의 여러 맛집들과 작은 상점들도 찬찬히 둘러보며 노을 사냥을 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서도 즐거웠던 한가로운 평일의 노들섬 나들이.
노들서가에서 진하게 책 읽고 맛난 음식 먹으며 서울의 멋진 노을을 지켜보는 것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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